2026. 7. 3. 15:47ㆍ읽고 기록하기
김초엽의 『방금 떠나온 세계』 독후감.
몸과 감각, 인지 능력의 기준에서 벗어난 인물들의 이야기를 넘어
'보통의 삶'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좁은지 되묻는 질문을 줄거리와 함께 정리했다.
목차
- 김초엽 두 번째 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
- 방금 떠나온 세계 줄거리 - 보통의 기준에서 벗어난 인물들
- 불완전함을 둘러싼 관계, 그 거리감에 대하여
- 익숙한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질문들
- 과학적 설정과 거리감, 쉽지 않았던 독서
- 방금 떠나온 세계가 끝내 묻는 것
- 이런 분들에게 추천

⚠️ 본 리뷰에는 『방금 떠나온 세계』의 주요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초엽 두 번째 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
『방금 떠나온 세계』는
김초엽 작가의 두 번째 단편소설집으로,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이미 많은 독자에게 이름을 알린 뒤 나온 작품이라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책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몸이나 감각, 혹은 인지 능력의
어느 지점에서 '결함'을 지니고 있다.
세계가 정해놓은 기준에서 벗어난 이 인물들을 통해
소설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보통의 삶'이라는 기준을
조용히 흔들며 질문을 던진다.
방금 떠나온 세계 줄거리 - 보통의 기준에서 벗어난 인물들
책 속 인물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몸이 완전하지 않거나 시지각 이상을 겪는 인물,
세계가 정해놓은 인지 능력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인물,
다른 행성의 종이라는 이유로
무리에 속하지 못하는 존재까지 등장한다.
여기에 물리학 박사였지만 사고로 불구가 된 인물도 포함되어
소설집 전체가 다양한 결함과
차이를 지닌 존재들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이렇게 서로 다른 '결함'을 지닌
인물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음으로써
이 소설은 '보통' 혹은 '정상'이라는 기준이
사실 얼마나 좁고 제한적인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불완전함을 둘러싼 관계, 그 거리감에 대하여
『방금 떠나온 세계』가 인상 깊었던 지점은
이야기가 단순히 결함을 지닌 개인에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설은 이런 인물들과
그렇지 않은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따라가며
그 사이에서 오가는 미묘한 감정과
거리감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불완전함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를 맺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고
서로를 이해한다고 믿는 방식 안에서
오히려 더 또렷한 긴장과 간극으로 나타난다.
익숙한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질문들
불완전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당연하게 여겨왔던 시간의 개념이나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금 내가 보고, 움직이고 느끼는 이 모든 감각이
과연 얼마나 보편적인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기준 삼아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무심코 재단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나는 그들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내 기준에서의 동정이나 불편함 같은 감정을
일방적으로 투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 질문이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남는다.
과학적 설정과 거리감, 쉽지 않았던 독서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에는 깊이 공감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감정의 흐름을
끝까지 따라가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결함을 지닌 인물들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특정한 기계에 의존해 살아가는데,
이 과정에서 비교적 상세한 과학적 설명과
이론이 함께 제시되기 때문이다.
이런 SF적 설정들이 소설 속 세계에
감정적으로 깊이 몰입하기보다는
오히려 한 발 물러서서 읽게 만든 이유였던 것 같다.
김초엽 작가 특유의 정교한 과학적 상상력이 강점이자
동시에 몰입을 늦추는 지점으로도 다가왔다.
방금 떠나온 세계가 끝내 묻는 것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설정들조차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답답함을 느끼는 나 자신이 결국
'완전하지 않은 존재'라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 불편함을 지나 끝까지 읽고 나면
결국은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에 닿는다.
작가는 불완전한 존재들을 통해
'누가 정상인가'를 묻기보다는
우리가 타인을 이해한다고 믿어온 방식이
과연 얼마나 정직했는지를
조용히 되묻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방금 떠나온 세계』는
끝까지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내가 서 있던 자리와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차분히 돌아보게 만든 소설로 남았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
- 김초엽 작가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재미있게 읽은 분
- '다름'과 '정상'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
- 과학적 설정이 촘촘한 SF 단편소설을 좋아하는 분
- 결함이나 소외를 다룬 한국 소설을 찾고 있는 분
『방금 떠나온 세계』는 SF 장르에 낯선 독자에게는
다소 진입장벽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장르와 상관없이 오래 남는다.
이 글은 개인적으로 읽은 책에 대한 감상과 리뷰를 담은 글이며
책의 해석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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